[한국농정] 미국산 무항생제 소고기 인증의 실체, 어떻게 드러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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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5-02
작성자전국한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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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미국산 소고기의 ‘무항생제 인증’ 표기가 사실상 소비자의 신뢰를 담보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사육 농가 역시 쉽게 피해에 노출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로 미국산 소고기가 한우만큼 팔리는 국내 시장 역시 좌시할 수 없는 요소다. 실태를 드러낸 연구진의 조사 과정, 그리고 조사가 실행된 배경을 통해 이 인증의 실효성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살펴봤다. 이달 초 미국의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항생제내성대책센터의 연구 보고서가 수록됐다. 연구의 목적은 미국 농무부(USDA) 무항생제 인증이 표기된 소고기에서 실제로 항생제가 검출되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최대한 많은 소를 대상으로 항생제 검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사용한 조사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연구진은 우선 도축장 한 곳을 선정한 뒤, 7개월 동안 ‘무항생제 소’가 도축되는 날에만 이곳을 방문했다. 이 기간 여기서 도축된 무항생제 소는 총 3만8,219마리로, 이 소들로 총 312로트(lot, 축산물 생산단위, 당시 이곳의 로트 1개 당 두수는 평균 112마리)를 생산했다. 연구진은 각 로트에 포함된 소들 가운데 약 2마리씩, 총 700마리에서 소변을 채취해 항생제 검출 여부를 도출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이 소들을 낸 총 33곳의 농장 중 14곳(42%)에서 양성 반응이 기록됐다. 이중 3개소는 모든 샘플이 양성 반응을 보이는 로트 다수를 생산할 정도로 심각했다. 이 기간 생산된 무항생제 소고기는 미국 전체 무항생제 소고기 생산량의 12%였다. 연구원들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그중 최소 15%가 실제로는 항생제가 쓰인 소고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가 이뤄진 배경에는 미 농무부가 승인하는 ‘무항생제 사육’, ‘항생제 미첨가’ 표기의 실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미 농무부는 생산자로부터 사육 방식, 항생제·무항생제 축산물의 분리·추적 방법, 항생제 치료 가축의 분리 방식 등에 대해 각종 서면 자료를 요구하긴 하지만, 이에 대해 실제 검증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연구자들은 “농무부 승인 표기가 신뢰성과 가치를 부여하고 있지만, FDA(미 식품의약국)는 사실을 검증하기 위한 별도의 실험을 요구하지 않는다”라며 “검증이 없기에 공급망 전체에 걸쳐 속임수가 나타날 여지가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소고기 자급률은 36.8%다.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점유율은 35.5%로 거의 한우와 동등한 양이 공급되는 만큼 이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게다가 미국산 소고기는 점진적으로 사라지는 관세와 소비자의 신선육 선호 증가에 힘입어 한우에 맞설 ‘프리미엄화’가 가속되고 있다. 지난 2021년 미국산 냉장 소고기 판매량은 전해 대비 20% 이상 급증했으며, 미국산 프라임 등급 무항생제 냉장 소고기는 이미 대형마트나 온라인 플랫폼에 고급 기획상품으로 종종 등장하고 있다. 축산법 및 관련 행정고시에서 정한 바에 따라 무항생제 축산물(농림축산식품부 인증) 생산자에 대한 사후조사를 의무화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인증 농가를 대상으로 인증 유효기간(1년) 내 1회 이상의 정기조사 수행을 의무사항으로 두고 있으며, 필요에 따른 수시조사·특별조사·불시심사까지 규정하고 있다. 인증이나 사후조사는 농산물품질관리원이 지정한 민간 인증기관이 수행하도록 하는데, 이 인증기관에 대한 평가도 매년 진행한다. 내용 상당 부분을 경종 농가들 사이에서 까다롭기로 이름난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에서 그대로 가져왔기에 규제의 강도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무항생제 인증 부문에서 미국과 우리나라 사이의 규제수준 및 그 실효성의 실질 격차가 드러난 가운데 축산물 수입개방은 더욱 가속화될 위기에 처해있다. 국내산에는 까다롭게 적용되는 무항생제 인증이 미국산에는 아무 검증 없이 붙고 있다면 당연지사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이 ‘무임승차’의 심각성을 드러낸 주체가 형평성의 상실에 분노한 같은 축산농민이라는 사실은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 광범위한 조사에 들어간 비용이 다름 아닌 축산업계 내부에서 나왔다는 점은 현지에서 느끼는 사태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미국의 농업전문지 AGWEB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연구자금을 지원한 회사 ‘Food in Depth’는 1969년부터 목장을 운영한 빌 니먼이 지난 2020년 설립한 회사로, 그는 1,200개 이상의 식당과 체인에 친환경축산물을 납품하고 있다. 이 연구의 공동책임자로 참여한 Food in Depth의 최고경영책임자 케빈 로는 성명에서 “소비자들은 무항생제 표기에 대해 실제로 돈을 내고 있으며, 그들은 그들이 지불한 만큼 받아야 마땅하다”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뒤집어 보면, 항생제 투여 여부와 관계없이 정당한 사육을 펼치는 축산농민 역시 피해자라는 이야기다. 전국한우협회(회장 김삼주)는 사태 이후 지난 21일 발표한 비판 성명에서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수입산 소고기를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우협회는 정부에 “FTA를 맺은 국가 및 향후 CPTPP 등 무항생제, 동물복지로 수입되는 모든 축산물의 잔류 유해물질에 대해 소비자에게 정확한 알 권리를 제공하고, 철저한 감독을 통해 튼튼한 안전망을 구축해 주길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출처: 한국농정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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