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식물유래 대체식품-축산업계 갈등, 어떻게 볼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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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22-03-04
작성자전국한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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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간장을 고기를 이용해 만든다면 그것을 두부·간장으로 명명할 수 있을까 ‘고기’ 대신 사용할 새로운 가칭 만들어야 미국·호주와 같은 주요 축산물 생산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축산물을 대체하는 목적을 가진 식품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전통 축산업계와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최근 식물성 원료로 제조한 축산 대체식품을 마트의 축산물 코너에서 판매하는 것과 관련 국내 축산업계는 이를 중단해줄 것을 마트 측에 촉구한 바 있다. 축산업계는 동물성 원료가 함유되지 않은 식물성 식품을 축산물 코너에서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의 인식을 왜곡시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축산법에 보면 축산물이란 가축에서 생산된 고기·젖·알·꿀과 이들의 가공품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목적이 유사하다 해도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식품은 현재 법적 기준으로는 축산물이 분명 아니다. 그러므로 축산물 대체식품을 축산물 코너에서 판매하지 않는 것이 현재로서는 맞다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대체 축산식품을 제조·판매하는 업체 측면에서는 축산물을 섭취하는 것과 같은 목적을 가지는 제품이기 때문에 축산물과 완전히 다르게 구분해 판매하는 것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본질적으로 봤을 때 맛과 형태가 유사하다고 식물성 원료로 만든 것을 고기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한다면, 역으로 고기를 이용해서 두부와 된장 또는 간장을 만들면 그것을 두부나 간장 등으로 이름 붙여줄 수 있을 것인가 자문해보면 결론은 명확할 것이다. 저는 도축부산물 유래 단백질을 산분해시켜 콩으로 제조한 것과 거의 동일한 간장을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한 적이 있다. 이를 간장으로 판다면 우리 사회가 허용해 주겠느냐 하는 것이고, 분명 원료 표시를 명확하게 하라고 할 것이다. 축산물은 국내 농업 총생산액의 40%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주요한 농산물이고 골목상권에서 가장 주요한 사업소재인데,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보다 국내 치킨 전문점의 수가 더 많다는 것만 봐도 그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항상 비판의 타깃이 되는 현실에서 축산업계의 불만을 집단 이기주의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축산물이 가지는 경제적 위치에 대한 옳은 가치판단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민사회와 축산업계 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이 문제를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일명 대체육 섭취에서 가장 불만인 점은 전통식육에 비해 부족한 풍미가 47%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비싼 가격과 특유의 냄새가 각각 22%와 15%로 조사됐다. 이는 아직 갈 길이 멀고 축산물 판매 코너를 차지할 단계가 아니라는 의미다. 그래서 가장 우선적으로 식물성 원료로 제조한 축산물 대체식품이 축산물이 아니지만 축산물의 대안이 되는 식품으로 명확하게 포지셔닝을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즉, 축산법에 근거해 가축으로부터 유래한 식품과 비가축 유래 식품을 명확하게 법적으로 구분하고, 대안으로써 접근하게 하는 방법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로는 새로운 가칭부터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식물성 원료 100%로 만든 제품을 일명 콩고기, 식물성고기 같이 고기 또는 육 등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다툼의 소지가 크다. 미국의 많은 주들이 축산물 대체 식품에 고기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는 추세를 놓고 보면 우리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된다. 과거부터 저렴하게 육제품의 용량을 늘리는 용도로 식물성 소재를 증량제 등의 명칭으로 많이 사용해오고 있는데, 이와 유사한 소재가 대체 축산물이라는 이름을 달고 비싼 비용을 요구한다면 이것은 소비자 권리에 반하는 것일 수 있다. 현재까지 시중에 판매중인 축산물 대체식품이 풍미는 전통축산물에 이르지 못한데 반해 가격은 비싸고, 나트륨 함량도 높고, 심지어 열량도 더 높은 경우가 적잖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로는 식품 기준·규격을 정하는 것인데, 식물, 미생물 또는 곤충 유래 단백질 소재 등은 축산물 또는 대체식육이 아니라 새로운 축산물 대안 식품군으로 기준·규격을 정해서 새로운 시장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식물성 원료 100%로 제조한 축산물 대체식품은 기준·규격을 정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 예컨대 축산물 대체식품이나 축산물 유사목적 타 식품군 등으로 식육을 함유한 식품이 아님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다. 그러나 식물성 대체원료와 동물성 원료를 50대50으로 혼합해서 육제품을 만든다면, 이것을 축산물 대체식품이라 할지 식육제품이라 할지 혼란스럽게 될 수도 있다. 아마도 이 경우에는 식육이라는 표현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함유된 재료의 함량에 따라 햄 제품을 햄·프레스햄·혼합 프레스햄으로 구분하는 것처럼 기준·규격을 세분화 한 사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축산물 대체 식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업체 측면에서도 반드시 축산물과 동일하기에 이를 대체하기 위한 이름 또는 단일 목적 보다는 종교적·건강상 이유 등 다양한 가치소비에 맞춘 대안식품으로서의 포지셔닝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축산물 대체식품 산업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전통 축산을 억누르면서 성장하게 된다면 결국은 제로섬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국내 축산업계도 이제는 양적 성장보다 축산업의 사회적 가치를 성장시키는데 더 노력이 필요함을 인지하고, 고품질 축산물 생산과 함께 동물복지, 환경과 가치 친화적인 축산으로의 전환에 더욱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축산물이 대체식품군과 본격적인 경쟁관계에 놓인 근본적인 배경은 축산업의 급격한 성장이라고 본다. 선두에 나서면 결국 경쟁자를 직접 대면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한 제안 등을 우리 정부도 충분히 고민하고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서로 대립하고 싸우기보다 경쟁하면서 상호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자는 의미라고 봐주길 희망한다. 성장 뒤에는 항상 견제가 필연적으로 따라 붙게 되어있고, 건전한 견제는 잠시 고통스러울 뿐 궁극적으로는 발전적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축산물 대체 식품군과의 공정한 경쟁이 축산업의 경제적 가치가 아닌 사회적 가치가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와 산업계의 현명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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