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민신문 이현우·김경욱 기자] 송년특집|2021 축산 키워드
① <상> 농식품부-축산농가 ‘엇박자’…내놓는 정책마다 “현장 외면” 시끌
② <하> 한우·돼지가격 비교적 좋았지만…축산농가 삶은 팍팍해져
축산업계는 2021년을 정부와 갈등의 골이 깊었던 한 해에다, 사건·사고도 많았던 시기로 기억할 것이다. 소비가 뒷받침돼 한우와 돼지 가격은 비교적 호황을 누렸고, 계란 가격도 예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이는 과도한 살처분에 따른 영향이었다. 또한 계란 가격은 지난여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배합사료 가격 인상으로 축산 농가들의 삶은 점점 팍팍해지고 있고 대체식품 논란은 축산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2021 축산키워드 두 번째이자 마지막 순서로 올해 축산업계의 파장을 몰고 왔던 다양한 사건·사고를 정리했다.
☑ 여러 원인 속 비교적 높았던 축산물 가격

코로나19로 가정소비 늘어
생산비도 올라 농가 위기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12월호 축산관측에 따르면 한우 사육마릿수는 341만6000마리(9월 기준)에 달하는 등 역대 최대 마릿수를 향했지만 도매가격은 전년대비 6.6% 상승한 2만1234원(1월1일~11월 29일)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가정 소비 증가 등의 영향을 받은 덕분이다. 하지만 내년에 한우 수요가 감소할 경우 평균 도매가격이 올해보다 낮은 1만8000~2만원 사이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배합사료 가격 인상 등을 통한 생산비가 상승되면 농가들의 경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한우산업의 안정을 위해 한우협회와 농협은 각각 저능력 미경산우·경산우 비육지원사업을 시행하는 등 선제적 수급조절에 나섰다.
9월 돼지 사육마릿수는 모돈 사육 의향 증가로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2.2%, 2.3% 증가한 1209만 마리로 파악됐다. 올해 도축마릿수도 평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다. 그럼에도 12월 추정치를 포함한 올해 돼지 도매가격은 1kg에 4700~4900원을 오가며 지난해와 평년 대비 높은 가격대를 유지했다. 특히 6월 이후 계속해서 평년과 지난해 대비 높은 가격대가 지지됐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평년보다 높은 가정 내 수요 지속과 수입량 감소 영향 등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한우와 같이 농가 생산비도 치솟았다.
계란은 지난겨울과 봄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따른 과도한 살처분 영향을 받아 지난해와 평년 대비 높은 가격대가 이어졌다. 다만 여름철 이후 재입식이 늘고 물량이 몰리면서 계란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2월 산란계 평균 사육마릿수도 지난해와 평년 대비 각각 2.4%, 2.3% 증가한 7433만 마리로 추정됐고, 내년 1월엔 더 증가할 것으로 추정돼 계란 가격이 더 내려갈 가능성도 높다.
☑ 배양육 등 대체식품 논란

무분별하게 축산시장 침투
배양육·인조육에 반감 커져
배양육과 인조육 등 대체식품시장이 2030년 7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무분별하게 축산시장에 침투하면서 축산업계의 우려와 반발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마트가 지난 2일부터 수도권 20개 축산매장에서 대체육 4종을 판매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를 비판하는 축산업계의 목소리가 확대되고 있다.
이마트 사태 관련 축산단체들은 “소비자 선택권이라는 미명하에 고기 같은 동물성 단백질이 전혀 함유되지 않은 식물성 식품을 축산매대에서 판매하는 행위는 엄염한 소비자 인식 왜곡”이라고 비판하고 판매 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또 농식품부에 선진국처럼 ‘고기’ 또는 ‘육’(肉), ‘유’(乳)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용어 정의, 안전성 검증 절차 마련 등 법적 제도화를 요청했다. 전문가들도 대체식품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는 각종 첨가제 같은 함유물에 대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만큼 소비자들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위해 대체식품 표기에 대한 법제화, 소비자 교육·홍보 등을 선행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 연이은 도축장 폐업

경영난에 도축장 운영 중단
돼지농가 출하처 상실 애로
경영상 어려움 등으로 돼지 도축장 운영이 중단되는 사례가 잇달아 발생하며 돼지농가가 출하에 애를 먹었다. 강원도 홍천 관내 한 도축장의 경우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등으로 수시로 이동제한이 걸리며 돼지 도축에 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자 11월 15일부로 돼지 도축을 중단했다. ASF에 따른 후폭풍이 도축장 운영 문제, 농가 출하 어려움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북 관내 거점 돼지도축장인 롯데푸드 김천도축장도 폐업을 결정, 올해부로 문을 닫는다. 롯데푸드는 사료부터 양돈, 식육까지 하는 수직 계열화된 축산전문기업과 비교해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점 등 낮은 수익성으로 폐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북 관내 양돈농가들은 롯데푸드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등 대기업의 독단적 결정으로 출하처를 잃었다며 강력 반발했다.
☑ 배합사료 가격 인상
두 차례 걸쳐 평균 15% 인상
내년에도 상승세 이어질 듯
사료업체들이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곡물가격과 해상운임비 등이 상승했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 사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톤당 200달러였던 옥수수 가격은 올해 281달러로 40.5% 오르는 등 곡물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에 사료업체들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사료가격을 약 15% 정도 인상했다.
문제는 내년에도 이같은 상승곡선이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에 일부 업체들은 추가 가격인상을 농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합사료가격을 비롯해 조사료, 부원료 가격도 동반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농가들의 생산비는 더욱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
☑ 축산업계 수장 변화

한우·한돈협회장 새얼굴로
농협 축경대표 안병우 선출
올해는 축산업계를 이끄는 수장들의 변화가 많았던 한 해였다. 우선 상반기에는 지난 2월 열린 한우협회장 선거에서 김삼주 씨가 단독 출마해 제10대 회장으로 선출됐고 3월 치러진 한우자조금관리위원장 선거에서는 민경천 위원장이 3선에 성공했다. 2월 개최된 한국축산물처리협회장 선거에서는 김명규 현 회장이 선출되며 7선에 올랐고 김상근 한국육계협회장도 4월 대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으며 연임이 확정됐다.
10월 4파전으로 치러진 대한한돈협회장 선거에서 손세희 후보가 당선됐고 그는 한돈자조금관리위원장에도 선임돼 임기를 시작했다. 12월 9일 역시 4파전으로 진행된 농협 축산경제대표이사 선거에선 안병우 전 농협사료 사장이 선출, 내년 1월 12일부터 2년 동안 농협 축산분야 수장으로 일한다.
☑ 김우남 한국마사회장 해임
특혜 채용 의혹·막말 논란 파장
5개월 만에 회장직서 물러나
지난 2월 26일 한국마사회장으로 취임한 김우남호는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이 “김우남 회장이 적임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출근 저지 투쟁을 실시하는 등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4월에는 측근에 대한 특혜 채용 의혹과 이를 거부한 직원에게 막말·폭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불러왔고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고조됐다. 이후 김우남 회장에 대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감찰, 농식품부의 직무정지 조치, 기획재정부 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해임안 의결, 대통령 재가 등 해임절차가 진행됐다. 결국 그는 약 5개월 만에 한국마사회장에서 물러났다. 현재 한국마사회는 신임 회장 선임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빠르면 1월 말에서 2월 초순경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 제명된 횡성축협 조합원 자격 재획득
법정싸움 끝 조합원 승소
일부 농·축협 횡포에 ‘제동’
횡성축협은 2018년 4월 25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20명의 조합원을 제명했다. 이들이 사료와 출하사업 같은 축협의 경제 사업 미이용 등이 제명 사유다. 이에 자격을 잃은 조합원들은 횡성축협의 부당한 조치라며 반박했고 결국 양측의 갈등은 법적소송으로 이어졌다. 1심은 횡성축협이 승소했지만 2심과 3심에서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제명됐던 조합원들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이번 사건은 사료나 비료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조합원을 상대로 진행한 일부 농·축협들의 무차별적인 횡포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또 일선 농·축협이 조합원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한 단계 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물론 품목조합 활성화도 기대된다.
이현우·김경욱 기자 leehw@agrinet.co.kr
출처: 한국농어민신문 http://www.agrinet.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9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