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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푸틴 때문에… 한우가 다이어트 시작했다

작성일2022-04-28
작성자전국한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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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소고기 먹는 집’ 늘었지만 공급도 크게 증가
문제는 사료값, ‘푸틴 리스크’로 이미 30% 상승
”이대로면 어린 소 도축 가속화되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자가격 폭등”

“이대로면 한우를 다이어트시킬 수밖에 없어요.”

강원도에서 한우 155두를 사육하는 박모(54)씨는 요즘 소에 사료를 줄 때마다 머뭇거리게 된다. 사료값이 폭등해 소를 팔고 나서도 손에 쥐는 게 얼마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사료값 폭등 불길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축산농가들이 사료값 폭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료값은 오르는데 한우 도매가는 떨어져

사료값 폭등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는 박씨의 얘기다.
 
“재작년에는 매달 사료값으로 1000만원을 썼어요. 그러다 작년에는 매달 1200만원으로 오르더니, 올해는 매달 1300만원씩 쓰고 있습니다. 재작년에 비해 사료값으로 연간 3600만원을 더 쓰게 되는 거예요.”


공산품은 생산비가 올라가면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축산품에는 현재 이 논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박씨의 경우 작년 한우를 한 마리 출하할 때마다 1200만~1300만원을 받았지만, 올해는 가격이 1050만~1150만원으로 하락했다. 농협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축산물 소비량이 늘었지만, 그보다 사육두수가 더 많이 늘었다”고 했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낮아진 한우를 먹게 됐지만, 축산농가는 오르는 사료값과 떨어진 한우값 사이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사료값 급등으로 한우 생산비는 치솟고 있는 반면 농가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사료값 폭등의 원흉은 러시아?
농민들이 그냥 우는 소리하는 걸까. 국제 곡물 시장을 보면 그렇지 않다. 국제 곡물가격은 지난해부터 치솟았다. 곡물 주요 재배지인 남아메리카의 고온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며 사료 원료인 옥수수, 대두의 생산량이 감소했다. 공급부족 우려로 국제곡물 가격이 올라간 것이다.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직격탄을 날렸다. 3월 국제 곡물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밀 82%, 옥수수 36.7%, 콩 18.9% 상승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밀, 옥수수, 콩이 각각 43.9%, 14.9%, 5.8% 상승했다. 밀은 역대 최고 가격을 기록했다.


치솟는 사료 원료 가격

두 국가의 전쟁인데 세계 곡물시장이 휘청인 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국제 곡물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 때문이다. 러시아는 전 세계 소맥 1위 수출국이고, 우크라이나는 수출 4위 국가다. 우크라이나는 옥수수 총 생산량의 80%를 수출한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사료의 주 원료인 옥수수의 전세계 수출량 16%를 담당한다.

우리 농가들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로부터 연평균(최근 3년 기준) 밀 62만 톤, 옥수수 59만 톤, 해바라기유 1만 톤을 수입하고 있다. 러시아에선 연평균 밀 11만 톤, 옥수수 34만 톤, 대두 1만 톤을 수입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2019~2021년) 평균 사료용 밀 총수입량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48.9%, 14.3%로 집계됐다.


사료 가격 평균단가 추이. 매년 사료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생산비 중 사료비의 비중은 한우 54.9%, 젖소 54.6%, 양돈 54.6%, 육계 55%에 달한다. 흔히 접하는 축산물의 생산비 과반이 사료비인 것이다. 문제는 국제곡물가격의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2022~2023년 국제 밀과 옥수수 가격은 약 10~2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이러한 고곡가는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우크라이나의 올해 봄 작물 생산량과 하계작물 재배 면적은 각각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태 장기화땐 한우 기반 무너진다
지금은 축산 농가에서만 사료값 폭등을 체감하고 있다. 사육 두수 증가로 도매가격이 상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945만원이었던 한우 도매가(마리당)는 올해 3월 881만원으로 떨어졌다. 돼지의 경우도 지난해 마리당 497만원에서 올해 3월 442만원으로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축산품의 가격 하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영세 농가를 중심으로 ‘먹는 입’을 덜기 위해 출하 시기를 앞당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태의 장기화다. 농협 이상규 사료팀장은 “대규모 농가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사육마릿 수 50두 이하의 농가는 생계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한우의 사육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료값이 지금의 추세대로 계속 높아지면 영세한 농가부터 무너지기 시작해 축산물 자급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농협 관계자는 “축산물 자급도가 떨어지면 국산 축산물은 물론이고 수입산의 경우에도 협상력과 견제력이 떨어져 소비자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축산 농가 등은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전국한우협회 등 축산 관련 협회들은 최근 잇따라 만나 비상 대책회의를 벌이고 있다. 한우협회 김영원 정책국장은 “이미 상당수 농가가 손익분기점 주변에서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급격히 상승한 사료값의 일부를 지원해주거나 사료구매자금을 저리로 대출해주는 식의 대책을 내주길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 농정포커스 자료를 통해 “단기적으로 대체 원산지 개발과 국내 물가 영향 최소화를 위한 금융 및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비축 등의 국내 공급 기반 확대, 국제곡물 유통 부문 진입을 통한 국제곡물조달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석남준 기자 namj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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